[SS인터뷰] ‘옥세자’ 박유천 “해피엔딩,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①
[SS인터뷰] ‘옥세자’ 박유천 “해피엔딩, 누구나 그렇게 살아간다” ①
  • 승인 2012.06.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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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천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뭐 이런 왕세자가 다 있나 싶다. 300년을 거슬러 조선에서 온 왕세자 이각. ‘오무라이수’를 먹고 기쁘다며 미소를 짓더니 모두가 커피를 마실 때 달달한 게 좋다고 요구르트를 마신다. 게다가 자매 사이에서 어장관리까지.

박유천은 4개월을 이런 이각으로 살았다. 오열부터 코믹까지 어디하나 빠지지 않는 연기로 JYJ 멤버 박유천에서 이제는 배우 박유천이란 이름이 낯설지 않게 했다.

SBS 수목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연출 신윤섭 안길호 l 극본 이희명)의 박유천은 “애정이 많이 있었다. 종영을 하고 나서 알게 된 애정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드라마 자체에 애정이 있어요. 전 작품 보다는 이각에 좀 더 몰입해서, 좀 더 자유롭게 하지 않았나 생각도 들어서 뿌듯함도 있어요. 많은 의지가 됐고 위안을 받았어요. 이런 생각이 드라마가 끝나니 들었어요. 이각이란 인물을 떠나보낼 수 있을 거 같아요. 스스로 이각에게 고마운 마음이 커요. 친구 같은 느낌이 강해요. 캐릭터에게 이런 느낌을 받은 게 처음이라 신기해요.”

   
박유천 ⓒ SSTV 고대현 기자

◆ 해피엔딩? 이각에게는…

드라마가 결말을 향해 치달을수록 엔딩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결말이었지만 시청자들은 마무리가 궁금했다. 이각은 조선으로 떠났고, 박하와 용태용은 다시 만났다. 마지막, 용태용은 또 곤룡포를 입은 이각으로 변했다. 결말을 두고 다양한 이야기 나왔다. 박유천이 생각하는 엔딩은 어떤 것일까?

“마지막에 박하를 만난 것은 완전한 용태용이라고 생각해요. 손을 잡고 이각으로 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각이 온 것은 아니라고 봐요. 두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함이 나타난 거예요. 대본에서는 커피숍에서 용태용이 박하를 알아보지 못해요, 그렇게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는 것은 박하에 대한 예의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무의식적으로 알고 있다는 눈빛을 보낸 거죠.”

용태용과 박하의 만남을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을 되돌아보게 한 ‘옥탑방 왕세자’는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았다. 하지만 사랑이 이뤄진 용태용과 박하 말고 혼자 조선으로 돌아간 이각이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다. 이각에게도 해피엔딩인지는 모르겠다.

“해피엔딩이었다고 이각 스스로가 생각을 할 것 같아요. 서울로 보내져 사건을 풀고 박하를 만나서 좋은 추억을 만든 게 시간이 지나 빛이 바랄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자체로도 복 받은 게 아닌가 생각을 하면서 살아가겠죠.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누구나가 다 그렇게 살아가잖아요.”

   
박유천 ⓒ SSTV 고대현 기자

◆ 신이 안 끝날 정도로 불붙은 애드리브 경쟁

곤룡포 입고 궁궐을 거닐며 세자빈에게 사랑 듬뿍 담긴 눈빛을 보내는 박유천을 볼 수 있었다. 긴 머리 풀어 헤치고 청청 패션에 검정색 어그 부츠 신은 박유천도 볼 수 있었다. ‘옥탑방 왕세자’는 종합선물세트다. 현대극부터 사극까지 시청자들은 볼거리가 풍성해 좋았지만 연기하는 당사자에게는 쉽지않은, 아니 무척이나 힘든 작품이었다. 게다가 박유천은 코마상태에 빠진 용태용까지 연기했다.

“한 인물이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잠시라도 놓는다면 힘들어져요. 그래서 더 집중을 했죠. 특히 완전한 용태용이 됐을 때 가장 힘이 들었어요. 이각이 익숙해져서 용태용이란 인물을 못 따라 가겠더라고요. 대본을 읽었을 때는 이해가 됐는데 연기에서는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았어요. 순간적으로 인물이 바뀌는 예리한 모습을 많이 보여주지 못해 아쉬워요.”

‘코믹’을 빼놓고 ‘옥탑방 왕세자’를 얘기할 수 없다. 300년 전 조선에서 온 왕세자와 ‘비글 3인방’의 서울생활 적응기는 왠만한 시트콤 에피소드를 능가했다. 망가질 줄 몰랐던 박유천이 편의점 앞에서 다른 사람 라면 먹는 거 보고 침을 삼키질 않나, 박하에게 ‘잘돼봤자 무수리’라며 뒷담을 하기도 한다. 망가진 적 없는 박유천, 코믹연기에 대한 부담 혹은 욕심이 생겼을 터.

“코믹연기를 하는 그 순간을 진지하게 임했어요. 초반에는 부담감도 없었고요. 그런데 2회 반응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저도 모르게 넘쳤나 봐요. ‘네 주둥이를 다스려 줄 것이야’란 대사를 하는데 솔직히 '오바'했어요. 상황이 재미있다 보니 욕심이 나더라고요. 특히 심복 3인방의 애드리브가 많아졌어요. 애드리브 경쟁을 하다 보니 촬영이 안 끝나요. 도치산 역의 최우식은 정말 똑똑해요. 조선으로 돌아가서 호박잎으로 쪼리를 만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것도 애드리브예요. 애드리브를 준비해왔어도 티가 안 나요. 심복 3인방 모두 촬영 전에 준비하더라고요. 멋있다고 생각해요.”

   
박유천 ⓒ SSTV 고대현 기자

◆ 슬픔에 빠져있기만 하는 것은 비겁

‘성균관 스캔들’로 연기를 시작한 박유천은 그해 K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에게 따라 붙는 연기력 논란도 없었다. 박유천은 ‘성균관 스캔들’의 성공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미스 리플리’ 당시 많은 부담감을 받았다. ‘옥탑방 왕세자’에서는 조금 더 내려놓고 시작했다.

“‘미스 리플리’는 촬영이 들어갔는데도 자신감이 없었어요. 첫 촬영을 들어가고 나서도 ‘그만해야 하지 않나’란 생각이 들어 포기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미스 리플리’를 마치고 나니 이번 작품에서는 열심히 하자, 잘해보자란 생각이 안들었어요. 연기를 하자, 내가 생각한 이각을 잘 풀어보자란 생각으로 임했어요. ‘미스 리플리’와 ‘옥탑방 왕세자’는 시작부터 달랐어요.”

그런 마음가짐으로 시작한 ‘옥탑방 왕세자’. 촬영이 한창이던 3월 박유천은 부친상을 겪었다. 장례식을 치른 박유천은 바로 ‘옥탑방 왕세자’에 합류했다. 박유천은 “촬영장 복귀가 쉽지만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제가 결정한 작품이잖아요. 여러 가지 책임감을 느꼈어요. 슬퍼하기만 하는 거 자체가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장에서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감정들이 느껴졌어요. 오히려 현장에서 저에게 미안해서 얘기를 못 꺼내는 것인지 아무렇지 않게 촬영을 했어요. 고마웠어요. 코믹 연기는 심복 3인방을 포함한 배우들의 도움을 받아 빨리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옥탑방 왕세자’에서 박유천은 그렇게 성장했다. 조금 더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배우로 성장하는 박유천을 보며 사람들은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를 건다. 세 편의 작품을 마친 스물일곱살 배우 박유천. 부담감은 없을까?

“경험이 있었기에 연기가 나온 거라고 생각해요. 대성통곡을 해봤기에 눈물을 흘릴 수 있었어요. 다음 작품을 만났을 때 또 한 번 벽에 부딪히지 않을까? 한계나 감정선에 불안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일상에서 다른 사람의 행동을 유심히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동을 할 때나 밥을 먹을 때 보통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보는 거예요. 시간이 있을 때 하나하나 집어넣을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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