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한지민 “현재를 놓치는게 아닐까?...하루하루를 사는게 중요”
[SS인터뷰] 한지민 “현재를 놓치는게 아닐까?...하루하루를 사는게 중요”
  • 승인 2012.06.05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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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이현지 기자] “이제 박하랑은 이별이구나.”

최근 종영한 SBS ‘옥탑방 왕세자’(연출 신윤섭, 안길호 l 극본 이희명)의 종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대한 한지민의 대답이었다. 그는 “이제 박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일이 없겠다”며 아쉬움을 보였다. 드라마 종영을 일주일 지나 만난 한지민은 박하를 떠나보내지 못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박하를 억지로 끌어안고 있으려 하지도 않았다.

“작품마다, 캐릭터 마다 달라요. 이번에는 박하를 일부러 생각 안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항상 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해요. 드라마 얘기를 하기 보다는 일상 속으로 돌아가면 제자리를 찾는 것 같아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많이 떠나는 편입니다. 가족들은 저를 작품 속 캐릭터로 대하지 않아 편하거든요.”

   
한지민 ⓒ SSTV 고대현 기자

◆ “박하가 조선으로 따라가면 엄청 구박 받겠죠?”

조선 왕세자 이각과 서울 처자 박하. 두 사람은 자신들의 끝을 알면서도 좋아하고 결혼을 했을거다. 박하는 이각과 결혼했다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이각은 박하에게 그런 추억을 만들어 준 채 조선으로 돌아갔다. 다시는 만날 수 없고, 추억으로만 살아가야한다. 한지민에게 물었다. 이각을 따라 조선에 갈 수 있다면 갈 수 있겠느냐고.

“왜 손을 놔서…. 이각의 손을 잡고 따라 갈 거예요. 결혼식 내내 손을 잡고 있었는데 키스를 하면서 손을 놨잖아요. 송옥숙 선생님도 말씀하셨어요. 박하가 조선에 따라갔으면 엄청 재밌었을 거라고. 조선에 갔으면 엄청 구박 받았겠죠?”

한지민은 ‘옥탑방 왕세자’의 이야기를 하는 내내 즐거워 보였다. 부용과 박하를 칭찬하는 기자의 말에 왕세자 이각과 비글 삼인방에게 공을 돌렸다. 한 예능프로그램처럼 물었다. “한지민에게 ‘옥탑방 왕세자’란?”

“‘옥탑방 왕세자’는 한 가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어요. 여러 가지 감정을 표출하는 장면이 많아요. 한 드라마 안에서 사극과 현대극을 동시에 연기할 수 있었던 종합선물세트에요. 배우가 한 작품 안에서 여러 연기를 하는 것은 좋은 도전이잖아요.”

   
한지민 ⓒ SSTV 고대현 기자

◆ “여배우는 현장의 꽃”

‘옥탑방 왕세자’는 남자 배우들의 비율이 높았다. 왕세자 이각부터 그를 따르는 인간 비글 삼인방, 용태무까지. 그 틈에 한지민과 또래 여배우라곤 정유미가 유일했다. 상대 배우 박유천만큼 정유미와의 호흡도 궁금했다.

“유미가 현장에서 많이 낯설어했다. 대본이 나오면 유미가 먼저 다가와 알려달라고도 하고 제 전작인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에 대한 얘기도 많이 했어요. 유미가 악역이라 저를 때리는 장면이 있어요. 차라리 맞는 게 낮거든요. 제가 언니라 어려울 것 같아서 편하게 해주려고 했어요. 유미는 여자 배우의 느낌이 없어요. 둥글둥글한 순둥이에요.”

‘여자 배우의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예전에는 내가 할 몫은 연기라고 생각했어요. ‘스태프들은 나와 달라’란 생각을 은연중에 했던 거 같아요. 연기를 따라가기도 바빴거든요. ‘부활’을 촬영할 때 감독님이 스태프들을 보는 시야를 넓히라고 하셨어요. 그때부터 ‘스태프들로 인해 내가 빛을 받고 있구나’란 걸 느꼈어요. 여자배우는 현장의 꽃이에요.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게 스태프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해요”

   
한지민 ⓒ SSTV 고대현 기자

◆ “실버타운 짓는 게 꿈, 지금은…”

7년 여 동안 한지민은 크리스마스와 어린이날이 되면 모금함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지난 5월 역시 한지민은 서울 명동을 찾았다. 한 남성이 한지민이 든 모금함에 5만원짜리를 넣는 장면이 포착돼 네티즌들 사이에서 이슈가 됐다. 서울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한지민은 “실버타운을 짓는 게 꿈이었다”고 입을 열었다.

“길벗이란 연예문화예술인 봉사활동단체에서 모금하는 행사에 간 게 처음이었어요. 모금함을 들고 직접 다가가고,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들었어요. 근데 연예인이 가지는 말의 힘이 있더라고요. 제가 사랑을 받는 만큼 조금이라도 나서는 것도 하나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외침으로써 시민들은 믿고 넣잖아요.”

한지민은 ‘단체, 함께 하는 것에 대한 힘’을 강조했다.

“예전에는 혼자만 꿈꾸던 일이 이제는 함께 봉사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힘이 생겼어요. 저는 돈을 보내주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제 3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줘요. 그 학교에서 공부만 가르치는 게 아니에요. 그곳에서 밥도 먹고 병원처럼 쓰기도 해요. 그 아이들도 뭔가를 배우고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 학교를 지어주는 일을 여럿이 함께하니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한지민 ⓒ SSTV 고대현 기자

◆ “훌쩍 지나간 서른, 10년 전보다 많이 배웠다”

한지민은 지난 2003년 ‘올인’으로 데뷔했다. 올해로 데뷔 10년째. 한국나이로 벌써 31살이다.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서른 살이 기다려졌다고 했다.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 그에게 서른은 어떤 의미였을까?

“딱히 서른이란 나이에 뜻한 바가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연기를 시작하면서 모르는 게 정말 많았어요. ‘내가 모르던 감정들을 그때는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했던 나이가 서른이에요. 서른이 지난 지금 작품을 하니 10년 전보다는 많이 배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다렸던 서른을 보낸 한지민. 10년 동안 3편의 영화와 10편이 넘는 드라마를 통해 자신의 필모그래피를 차곡차곡 쌓고 있다. 삶은 계획대로 흘러가기도 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틀어지기도 한다. 한지민은 인생을 살며 어떠한 계획을 짜 놓았을까?

“연기자는 일반적인 직업과는 다르잖아요. 계획을 세워도 이뤄지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럼 그 계획이 무너졌을 때 조급해 지는 거거든요. 하루하루를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가 현재를 놓치는 게 아닐까? 미래는 행복할까?란 고민을 했어요. 지금 하고 있는 봉사활동도 ‘나중에 해야지’란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아도 지금부터 꾸준히 한다면, 돌이켜 봤을 때 행복이 가득 채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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