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후궁: 제왕의 첩' 김민준 "멋지고 유식한 할아버지 되고 싶어"
[SS인터뷰] '후궁: 제왕의 첩' 김민준 "멋지고 유식한 할아버지 되고 싶어"
  • 승인 2012.05.30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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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다운 내시'를 연기한 김민준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배우 김민준을 말할 때 많은 이들은 '남자다움'을 첫 번째 매력으로 꼽는다. 영화 '후궁 : 제왕의 첩'(감독 김대승)에서 함께 열연을 펼친 김동욱 역시 그랬고, 기자의 지인들도 그랬다.

그렇다. 김민준은 아주 남자답다. 하지만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무뚝뚝함 속에 친절함이 있다. 외모만 봐도 남성미가 철철 넘치는 이 남자에게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다'는 선입견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더니 반은 맞고 반은 아니란다.

"제가 부산 출신인데 경상도 남자들은 가부장적인 제도 속에서 사내아이로서의 자질을 훨씬 더 가혹하게 교육받는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남자다움 이면에는 약한 자를 보호해야한다는 게 내재돼 있습니다. 흔히 경상도 남자는 무뚝뚝하고 마초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기사도 정신은 더 있는 것 같아요."

이러한 김민준이 '내시'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그는 이 역시 선입견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저는 내시 역할이 망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냥 장치일 뿐이니까요. 보통 내시라는 캐릭터가 코미디 프로그램 같은 데서 그 특징을 살리기 위해 코믹한 캐릭터로 자주 사용되다보니 선입견이 생긴 것 같습니다. 드라마에서도 내시가 중요한 캐릭터로 부상된 적이 없어서 더 그렇고요."

   
'남자다운 내시'를 연기한 김민준 ⓒ SSTV 고대현 기자

강력한 편견을 깨트릴 '멋진 내시'를 연기한 김민준은 극중 하반신을 노출하는 과감한 연기를 펼쳤다. '현실감 넘치는 분장'에 대해 감탄을 표하자 그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분장팀의 노고에 대해 설명했다.

"그 분장은 전부 다 바디 본을 뜬 거예요. 잠수복을 입듯이 입은 거죠. 본을 뜨는 데만도 몇 시간이 걸렸습니다. 굳는 시간까지 있으니 엄청난 시간이 소요됐어요. 본을 뜬 것을 벗길 때는 다리털이 다 뜯겨나가서 고생을 좀 했죠. 입을 때도 한 네 명 정도가 붙어서 한 시간 정도가 걸렸어요. 막상 촬영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준비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만든 분들도 정말 고생이 많았는데 막상 촬영이 금방 끝나니 허무하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사랑하는 여자를 지키기 위해 도망을 감행하다가 남성성을 잃은 채 궐에 들어가는 권유를 연기한 김민준. 실제의 그라면 어땠을까?

"방법이 없다면 도망 갈 거예요. 정말 이 여자가 없으면 죽을 거 같은데 도망을 강행하지 않으면 후회와 죄책감에 휩싸일 테니까요. 게다가 그때는 신분의 지위고하가 있었던 시대이기 때문에 더욱 그랬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이라면 힘을 길러야겠죠. 사랑하는 여자를 옆에 둘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라고 봐요."

   
'남자다운 내시'를 연기한 김민준 ⓒ SSTV 고대현 기자

사랑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위험도 무릅쓰겠다는 그의 표정에 결연함이 묻어났다. 김민준이 강조한 '기사도 정신'이 어떤 것인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었다. 그는 자신이 맡은 캐릭터에 대해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반면 아쉬움도 있었다고 말한다.

"연기를 하다 보니까 너무 답답했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내시라는 캐릭터상 제한적인 게 많았기 때문에 개인적인 공간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왕은 물 사발을 집어던지고 갖기 싫은 여자랑 섹스하면서 환상이 보이는 것을 잘 표현해줬는데 저는 그에 비하면 너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렇게 허용되는 환경이 부러웠죠."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느낀 고충을 털어놓은 김민준은 이 영화가 인간의 비루한 삶과 씁쓸함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화려한 궐의 이면에 있었던 비루한 인간의 모습을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훔쳐보는 거죠. 야하고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모습을 부각시키고 밝음은 절제를 했습니다. '희노애락'에서 '희'나 '락'은 빼 버린 듯한 느낌이랄까요? 어미의 뱃속 양수에 갇혀 있다가 처음 공기를 흡입하게 됐을 때의 느낌, 혹은 첫사랑과 헤어진데 대한 공포감과 불안함 등 간접경험을 할 수 있는 영화인 것 같아요."

   
'남자다운 내시'를 연기한 김민준 ⓒ SSTV 고대현 기자

스토리상 필요한 노출은 있지만 '야한 영화'가 아니라 '너무나 슬픈 영화'였다는 기자의 말에 김민준은 "제대로 봤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주장이 확고한 것으로도 유명한데, 영화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모습만 봐도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강단 있는 성격'을 인정했다.

"저는 알파독(늑대 중 우두머리)은 아니에요.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집요하게 옳은 것과 그른 것을 가리는 성향이 있죠. 그게 다 정의롭다고 생각하는 건 아닌데 명확하게 긋고 있는 옳고 그름이 있어요. 그렇지만 아닌걸 알면서도 동조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이런 제 성격을 리더십이 있는 것으로 봐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나 저는 마초도 아니고 좀 예민한 성격이라고 생각해요. 원래는 다혈질이라고 생각을 했었지만 점차 유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유해지고 있다'는 김민준은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그 의견에 대해 친절한 부연설명을 덧붙여주는 사람이었다. 스스로 '배우'라고 과시해본 적이 없다는 그는 그저 자신은 '직업이 연기자'일 뿐이라고 했다. 무뚝뚝함 속에 다정함을 내재한 김민준은 어느덧 삼십대 후반. 그는 인터뷰 말미 결혼에 대한 소망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결혼을 빨리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결혼하면 아이를 빨리 안 낳고 전 세계를 다녀보고 싶어요. 여권을 보면 막상 가 본 나라가 많이 없잖아요. 못 가본 나라 천지인데 사랑하는 아내와 같이 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손주가 생기면 무릎에 앉혀놓고 전 세계를 돌아다닌 여행담을 들려주는 멋있고 유식한 할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저는 할아버지를 본 적이 없거든요. 그래서 그게 제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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