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은교’ 김무열 “정지우 감독과 ‘모던보이’때 만났던 사실, 아시나요?”
[SS인터뷰] ‘은교’ 김무열 “정지우 감독과 ‘모던보이’때 만났던 사실, 아시나요?”
  • 승인 2012.04.26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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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배우 김무열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아직은 추위가 가시지 않은 3월 어느 날, ‘은교’를 보고 극장을 나서면서 기자는 김무열이 ‘연기를 잘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김무열은 ‘서지우’라는 옷을 그럴싸하게 걸친 모습이 아닌 서지우, 그 자체였기 때문. 사실 영화가 공개되기 전, 물리적 나이가 두 배 이상 차이 나는 70대 노시인으로 변신한 박해일과 신인임에도 전라 노출을 감행한 김고은에 비해 김무열은 안경을 쓴 것 외에는 달라진 게 없어보였다.

그런데 웬걸. ‘은교’ 속 김무열은 대중에게 각인된 이미지처럼 젠틀맨도,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거는 지고지순한 남자도 아닌 처절하고 비열하면서도 슬픈 예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야망에 불타오르는 그의 눈동자는 관객의 등골을 서늘하게 하며 놀라움을 안겼다.

◈ 박범신 작가가 반대한 이유

소설 ‘은교’의 원작자인 박범신 작가는 처음에 서지우 역을 김무열이 맡는 것에 대해 탐탁지 않게 생각했다. 소설 속 지우에 비해 너무 ‘훤칠하다’는 게 그 이유였던 것. ‘은교’가 개봉하던 날, 김무열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직접 그 사연을 들었다.

“사실 원작의 서지우는 키도 작고 저와는 외형적으로 많이 다릅니다. 처음에 박범신 작가가 제게 ‘너무 훤칠하고 예쁜 거 아니냐. 너가 할 수 있겠어?’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시사회 끝나고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나게 돼 ‘영화 어떻게 보셨냐’고 물었더니 칭찬을 정말 많이 해 주셨어요. 한 신문 인터뷰에서는 ‘김무열씨가 서지우가 된 것 같다’고 말씀해 주셨더라고요. 정말 너무 감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무릎을 꿇고 그 글을 스크랩을 했어요. 하하.”

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해도 원작자에게서 극찬을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 너무나 영광스러웠다고 거듭 말하는 김무열은 가슴이 벅차오른 듯 보였다. 박범신 작가는 그에게 이런 말을 했다. “모든 젊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서지우가 있다. 나는 서지우였다. 정지우도 서지우였다.” 김무열은 그 말이 깊이 뇌리에 각인됐고 연기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늘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배우 김무열 ⓒ SSTV 고대현 기자

◈ 정지우 감독과 두 번째 만남

영화 ‘은교’는 17세 소녀 은교를 둘러싸고 노시인 이적요(박해일 분)와 제자 서지우(김무열 분)가 벌이는 욕망과 질투를 그린 영화다. 앞서 박해일은 전작 ‘모던보이’ ‘이끼’ 등을 통해 정지우 감독과 작업을 했고 김무열은 공식적으로는 이번이 첫 만남. 하지만 사실 그는 감독을 ‘모던보이’ 때 이미 만났다.

“제가 임필성 감독님의 ‘인류멸망보고서’ 오디션을 볼 때쯤 한창 오디션을 많이 보고 다녔어요. 그러다보니 오디션에 물이 오르더라고요.(웃음) 그 때 정지우 감독님의 ‘모던보이’ 오디션을 봤고 합격을 했죠. 그런데 최종까지 가서 몇 사람 안 남았는데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한 달 동안 워크숍을 통해서 과정을 지켜보고 결정 하겠다’고 하시는 거예요. 저도 먹고 살기 힘들 때여서 현실의 벽에 부딪힌 거죠. 정말 하고는 싶었지만 못하겠다고 말하고 그만뒀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 제가 한 달은 안 되고 일주일에 세 네 번만 참여하면 안 되냐고 물었더니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알고 보니 그때 정지우 감독님이 굉장히 예민하시고 날이 서 계셨다더라고요. 제가 최근에 그 얘기를 했더니 ‘죽을죄를 졌다’고 하시더군요.(웃음)”

결국 정지우 감독과 두 번째 조우를 하게 된 김무열은 주변에서 연기에 대한 ‘호평’이 쏟아짐에도 불구, 스스로는 “연기가 후지다”며 ‘혹평’을 한다. 왜일까?

“제가 원래 제 자신에게 야박한 편입니다. 그런데 제 연기에 대해 자꾸 스스로 나쁘게 평가하니까 감독님이 혼내시더라고요.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웃음) 아직도 저는 제 모습을 보는 게 어색해서 남이랑 같이 (출연한 작품을) 못 봐요. 시사회 할 때도 떨려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좀 저한테는 가혹하게 할 생각이에요. 저는 그런 식으로 채찍질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늘 스스로 채찍질한다는 배우 김무열 ⓒ SSTV 고대현 기자

◈ 소년 감성의 김무열

스스로를 혹독하게 단련시키는 김무열은 선배 배우 송강호를 존경하고 닮고 싶단다. 그는 송강호의 연기를 ‘날연기’라고 표현했다.

“송강호 선배의 ‘날연기’ ‘생연기’가 너무 좋습니다. 전문용어로 극사실주의적 표현이라고 할까요? 어쨌거나 선구자로서 새로운 연기의 장을 여신 분이잖아요. 제 개인적으로는 ‘넘버 쓰리’에서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일단 너무 웃긴 거죠. 대사를 계속 따라하고 성대모사를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어느 순간 저도 연기에 대한 고민을 하다 보니까 ‘선배의 연기는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거구나’ 하고 깨닫게 됐죠. 그래서 요즘도 송강호 선배의 작품을 보면서 연구하고 있습니다.”

‘극사실주의’ 연기가 너무 좋다는 김무열은 ‘은교’를 통해 충격적인 ‘사고 장면’을 연기했다. 정지우 감독은 보다 현실감 넘치는 영상을 위해 일명 ‘다람쥐 통’을 돌리며 그 안에 김무열을 직접 태웠다.

“처음에는 그저 재밌겠다 싶었습니다. ‘놀이기구 타야지’ 하는 생각으로 했는데 놀이기구를 이틀 타니까 힘들더라고요.(웃음) 또 유리조각 모형을 맞아야 했는데 정말 아팠어요. 스태프들이 앞에서 던지고…. 영화 찍는다는 실감이 나기는 하더라고요. 세트를 보고 ‘우와, 웅장하다. 트랜스포머 같아’ 이러면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부럽지 않다고 저희들끼리 얘기하고 그랬습니다. 하하.”

눈을 빛내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던 김무열은 “놀이기구를 워낙 좋아한다”며 “난 고공낙하 하는 놀이기구를 타면서 전화통화도 한다”라고 자랑스럽게 덧붙인다. 마치 소년 같은 순수함에 빙그레 웃음이 지어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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