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봄, 눈’ 김태균 감독 "윤석화와 함께한 런던에서의 4박5일"
[SS인터뷰] ‘봄, 눈’ 김태균 감독 "윤석화와 함께한 런던에서의 4박5일"
  • 승인 2012.04.26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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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균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은 생각만 해도 슬픈 일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봄, 눈’을 연출한 김태균 감독은 실로 대단하다. 사람은 누구나 아픔을 겪지만 쓰디쓴 현실을 마주하기 보다는 피하는데 급급하기 마련.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킨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물론 김태균 감독 역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을 처음부터 겸허히 받아들인 건 아니었다.

“마치 어머니와도 같던 큰 누님이 돌아가시고, 사랑하는 사람이 재가 돼서 제 눈앞에 나타나니까 차마 저의 이성으로는 못 받아들이겠더라고요.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습니다. 서울로 돌아왔는데 ‘저렇게 그냥 보내야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누나가 투병할 때 ‘누나 나으면 내가 수기 써줄게. 책 내면 인세 다 줄게’ 했습니다. 누나한테 힘을 주고 싶어서요. 누나는 ‘알았다’면서 웃었죠. 그런 약속을 했는데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10남매 중 막내. 김태균 감독은 첫 데뷔작이 세상에 공개 될 순간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큰 누나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었다는 데에도 벅찬 감격을 느낀다.

하지만 ‘봄, 눈’은 비단 김태균 감독의 인생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우리네 어머니들의 모습을 극중 순옥(윤석화 분)에 그대로 투영한 이 영화는 이 세상의 모든 철없는 딸, 아들에게 멈출 수 없는 눈물을 선사한다.

‘봄, 눈’은 머릿속에 오로지 가족 생각밖에 없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마음은 안중에도 없이 자신의 일과 인생이 우선인 가족들이 마지막 이별을 통해 얻는 슬픔과 행복, 새로운 희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김태균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윤석화 아니면 안 된다’

‘슬픔이 가시기 전에 쓰자’는 생각으로 기약 없이 무작정 글을 써 내려갔다는 김태균 감독은 이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기까지 ‘기적’같은 순간들을 경험했다고 말한다.

“이 작품의 초고를 2주 만에 썼어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준비하는 영화도 있었고 해서 완성하기까지 오랜 기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정말 운명처럼 십년 만에 이 얘기의 진정성을 알아준 제작자를 만나게 됐고 윤석화씨를 만나게 된거죠. 운명같이 어느 순간 퍼즐처럼 맞춰지더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웃음)”

김태균 감독은 영화의 주인공인 엄마 순옥 역할을 맡을 배우에 대해 ‘윤석화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제작사 측에서 몇몇 배우들을 거론했지만 감독의 마음에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제작이사에게 전화해서 ‘내가 윤석화 선생님께 시나리오를 줄 텐데 이 분 안 되면 그냥 이 영화 안 찍을게’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분이 깜짝 놀라더라고요. 그게 무슨 소리냐고. 그래서 제가 그랬죠. ‘다른 배우를 쓸 수도 있는데 그러면 투자비 못 건질 것 같아. 그런데 이분은 자신 있어. 만약 하신다고 하면 가자’고요. 그런데 거짓말처럼 이틀 만에 (윤석화에게서) 하겠다는 메일이 왔어요. 일주일 만에 퍼즐이 다 맞춰진 겁니다. 정말 신기하죠?”

   
김태균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윤석화 만나러 런던에 가다’

‘연극계의 대모’ 윤석화의 마음을 뒤흔든 김태균 감독은 시나리오와 함께 ‘선생님께 시나리오를 줄 수 있어서 설렙니다. 선생님과 같이 찍을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라는 단 두 줄의 글을 써서 보냈다. 윤석화는 진정성이 담긴 이 시나리오를 보는 순간 엄마 순옥 역에 도전을 결심했고 김태균 감독을 자신이 거주하는 런던으로 초대했다. 그는 윤석화의 첫 인상에 대해 이렇게 회상했다.

“처음 공항에 마중 나왔을 때만 ‘우아한 윤석화’의 모습이었고 차 안에서는 이미 순옥의 말투와 캐릭터로 저를 대해주시더라고요. 4박5일 동안 선생님 집에 머물렀는데 너무나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작품에 대한 모든 얘기부터 대본 리딩까지 했으니까요. 윤석화씨는 후배들에게는 두려울 정도의 대선배지만 제가 실제로 만난 그 분은 좀 달랐습니다. 너무나 친절하고 재밌고 다정한 분이었어요. 그 4박5일이라는 시간이 없었다면 삐걱거릴 수 있었을 텐데 이미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여서 어려움 없이 촬영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김태균 감독은 ‘봄, 눈’이 언론에 공개되던 날 윤석화의 연기에 대해 ‘거룩하다’는 표현을 썼다. 연기가 거룩하다고? 혹자는 조금 의아할 수도 있겠으나 영화 속 윤석화는 이 세상 어머니들의 표본이며 ‘사랑’ 그 자체로 '거룩한' 연기를 펼쳐보인다.

“눈물 한 방울 두 방울, 수도꼭지처럼 콸콸콸…. 이런 게 다 지문에 있는 거예요. 이번에 함께 작업을 하면서 윤석화씨는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것들을 완벽하게 표현한다는 것은 온전히 순옥이 됐을 때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늘 연기에 대해 치열하게 얘기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감독의 결정에 따라주시죠. 배운 점이 많습니다.”

   
김태균 감독 ⓒ SSTV 고대현 기자

◇ ‘누가 새소리 어플로 장난치나 했더니…’

윤석화 외에도 이경영, 임지규, 심이영, 김하진, 김영옥 등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과 고마운 마음을 털어놓던 김태균 감독은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신’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물리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신은 ‘벚꽃신’이었어요. NG도 많이 났죠. 사람들이 통제가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종달새인지 그 새는 왜 그리 우는지….(웃음) 저는 누가 새소리 어플로 장난치는 줄 알았다니까요. ‘액션’만 외치면 울기 시작하는 거죠. 너무 힘들게 찍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화를 냈던 신이기도 하고요. 다행히 영화에는 예쁘게 잘 나왔어요. 꽃 다느라 스태프들이 고생을 너무 많이 했습니다.”

자신의 데뷔작을 위해 함께 고생해 준 스태프들에 대한 ‘무한애정’을 드러낸 김태균 감독은 이번 ‘봄, 눈’이 너무 슬펐으니 다음 작품은 밝은 분위기로 가고 싶단다.

“첫 작품을 마치고나니 숙제를 다 한 느낌이에요. 첫 단추를 잘 꿰어 다음 작품에서는 조금 자유로워지고 싶네요. 관객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는 경쾌한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윤석화씨와 언젠가 코미디 영화도 함께 하기로 했는데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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