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코리아’ 배두나 “일도 사랑도 너무 몰입하는 내가 무섭다”
[SS인터뷰] ‘코리아’ 배두나 “일도 사랑도 너무 몰입하는 내가 무섭다”
  • 승인 2012.04.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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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속 리분희 선수로 완벽 변신한 배두나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분희 언니요? 한마디로 정의하면 도도하죠.”

현정화 한국마사회 탁구단 감독은 북한선수 리분희를 그렇게 회상했다. 지난 1991년 일본 지바에서 열린 41회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는 사상 최초의 남북단일팀이 구성됐다. ‘한반도 단일기’를 가슴에 달고 출전한 남한의 현정화와 북한의 리분희는 중국을 3 대 2로 꺾고 우승을 차지, 국민들에게 뜨거운 감동을 선사했다.

"이대로 잊혀지기엔 너무나 아쉬운 그날의 감동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현정화 감독은 영화 ‘코리아’의 연출을 맡은 문현성 감독과 함께 스크린을 통해 당시의 영광을 고스란히 재현해냈다,

영화 ‘코리아’는 단지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기쁨의 순간만을 그려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지 못했던 남북단일팀의 46일간의 비하인드스토리를 현실감 있게 담아낸 ‘코리아’에서 하지원은 현정화 감독, 배두나는 리분희 선수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어린아이같이 뽀얀 얼굴, 강단 있는 표정, 매서운 눈빛,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격까지 리분희 선수와 똑닮은 모습으로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배우 배두나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코리아' 속 리분희 선수로 완벽 변신한 배두나 ⓒ SSTV 고대현 기자

◆ ‘리분희’ 이름 세 글자에도 눈물이 ‘왈칵’

배두나는 영화 속 리분희보다 머리카락이 조금 자라있었고 얼굴이 좀 더 야위어 있었으며 ‘코리아’의 개봉을 앞두고 설레는 표정이 가득했다.

“사실 저희 어머니 고향이 개성이예요. 어머니 친구 분들도 시사회에 함께 오셨는데 많이 우셨다고 하더라고요. 또 일본 지바에서도 시사회를 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어요. 대부분 재일교포 분들이었는데 뜨거운 환호를 해 주시더라고요. 영화관람 후가 반응이 더 좋았어요.(웃음) 그 곳에서 조총련(재일조선인총연합회) 한 분을 만났는데 리분희 선수를 아는 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물어봤죠. 리분희 선수는 어떤 분이냐고. 그런데 얘기를 들어보니까 제가 영화를 촬영하면서 상상했던 리분희 선수의 모습과 너무 비슷한 거예요. 그래서 정말 기뻤어요. 물어보면서도 눈물이 왈칵 나더라고요.”

실존인물임에도 불구, 실제로 만날 수 없는 리분희 선수를 그려내면서 배두나는 말 못 할 어려움도 많았을 터. 리분희 선수를 언급하며 눈시울이 붉어진 그는 오로지 현정화 감독의 증언과 리분희 선수의 사진 한 장에만 의존해 한 인물을 재창조해내야 했다.

“리분희 선수 역할을 제의받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검색을 해봤어요. 그러면 프로필 사진이 나오거든요.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당시에는 그 사진 한 장밖에 얻을 수 없었습니다. 1991년도 사진인데 얼굴이 너무 뽀얗고 순둥이처럼 생겼더라고요. ‘찹쌀떡 피부’에다가….(웃음) 사실 이 역할을 연기하면서 외롭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에요. 북한말 선생님이 한 분 계셨는데 그 분이 엄마 같고 언니 같았습니다. 현장에서 제가 예리나 종석이에게 선배 역할을 해야했기 때문에 저는 기댈 곳이 없었죠. 그 외로움을 북한말 선생님을 통해 많이 달랬던 것 같아요.”

   
'코리아' 속 리분희 선수로 완벽 변신한 배두나 ⓒ SSTV 고대현 기자

◆ ‘여배우 발톱이 뭐 저래?’

같은 ‘북한팀’ 소속 선수를 연기한 후배 배우 한예리와 이종석이 “너무 너무 예뻤다”고 웃는 배두나는 감정표현이 절제된 극중 리분희 선수와는 다르게 ‘따뜻한 선배’의 모습 그 자체였다. 문현성 감독은 왜 배두나를 리분희 역에 캐스팅했을까? 감독은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 ‘JSA’를 보면 이병헌이 있고 송강호가 있습니다. 하지원씨를 캐스팅하고 나서 다른 큰 기둥 하나가 더 필요했던거죠. 제가 생각한 구도는 현정화와 리분희가 ‘서로의 거울’이라고 생각했어요. 분희를 캐스팅하는 게 솔직히 가장 어려웠어요. 오랜 시간 많은 배우들을 검토했습니다. 하지원씨에 대적할 만한 배우가 누가 있을까 하고요. 결국 두나씨가 적격이라고 생각했고 운이 좋게도 함께 하게 됐죠.”

배두나는 이에 대해 “이 역할은 누가 해도 너무나 멋있는 역할이다”라면서 겸손함을 표했다. 하지만 그는 리분희 선수를 완벽하게 그려내기 위해 탁구연습에 매진했고 발톱이 빠지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영화에서 ‘코리아’ 팀의 코치 역을 맡은 박철민은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하지원과 배두나는 네 시간동안 운동하고 5분 쉰다. 쉬지를 않는다”고 혀를 내둘러 눈길을 모은 바 있다.

“사실 저는 네 시간 하고 15분 쉬었어요.(웃음) 박철민씨가 저까지 좋게 인상을 심어주려고 그렇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하지원) 언니는 워낙 기초체력과 근력이 강해서 정말 5분 쉬더라고요. 저는 매일 만신창이였어요. 그래도 쉬겠다는 말은 안 했죠. 저는 좀 늦게 합류한데다 왼손으로 치기 때문에 더 많은 연습이 필요했으니까요. 발톱은 다 자랐습니다. 영화 촬영차 베를린에 갔을 때 그 곳 스태프들이 놀라더라고요. ‘여배우 발톱이 뭐 저래?’ 하면서. 하하”

   
'코리아' 속 리분희 선수로 완벽 변신한 배두나 ⓒ SSTV 고대현 기자

◆ ‘갑자기 사랑에 빠질까봐 무서워’

‘린다 린다 린다’ ‘공기인형’ 등을 통해 일본에서 인정받은 배두나는 워쇼스키 형제와 톰 티크베어 감독이 연출한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로 할리우드에도 진출했다. 한국, 미국, 일본 세 나라에서 영화 작업을 한 것에 대해 스스로 ‘행운아’라고 지칭한 그는 늘 어머니가 해 주신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가 해 주신 말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작은 찬사에 동요하지 말고 큰 비난에 아파하지 말라’였어요. 그래서 저는 칭찬을 받아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제 자신에 엄격한 편이예요. 또 누가 저를 비난해도 ‘아닌데. 나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인데’ 하고 생각하죠. 그렇지 않으면 너무 힘들어지니까요.”

하지만 ‘코리아’가 언론에 공개되자마자 배두나의 연기에는 찬사가 쏟아졌다. 아무리 엄격한 그라지만 이번에는 조금 으쓱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아직 리분희의 모습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한 듯 인터뷰 내내 큰 눈망울에 눈물을 글썽거리던 배두나는 인터뷰 말미에 자신의 걱정을 털어놨다.

“저는 연기를 할 때 심하게 몰입하는 편이에요. 지금은 일에 집중하고 있어서 연애에는 정말 관심이 없습니다. 뭐 하나에 빠지면 다른 것을 못 보는 성격이거든요. 그런데 좀 무섭기도 해요. 이러다 갑자기 또 사랑에 빠지게 될까봐.(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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