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범죄와의 전쟁' 김성균, "아내 위해 '슬픈 멜로물' 도전하고 싶어요"
[SS인터뷰] '범죄와의 전쟁' 김성균, "아내 위해 '슬픈 멜로물' 도전하고 싶어요"
  • 승인 2012.02.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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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2:8 가르마의 단발머리, 양 미간 사이의 깊은 주름, 굶주린 독사와 같이 독기 서린 눈빛, 빛바랜 양복이 잘 어울리는 그는 마치 1980년대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것만 같다. 실제 건달을 캐스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만큼 김성균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감독 윤종빈, 이하 범죄와의 전쟁)에서 완벽한 '나쁜놈'을 연기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최민식, 하정우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범죄와의 전쟁'은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된 1990년대를 배경으로 부산의 넘버원이 되고자 하는 나쁜 놈들이 벌이는 한판 승부를 통쾌하게 그린 영화다. 이 영화에서 김성균은 '꼴통' 박창우 역을 맡아 화려한 스크린 데뷔전을 치렀다.

◆영화 한 편으로 '신스틸러' 등극

김성균은 '범죄와의 전쟁'에서 최형배(하정우 분)의 충직한 오른팔을 연기했다. 그는 대선배 최민식과의 1:1 대결에서도 밀리지 않고 걸출한 경상도 사투리를 거침없이 뿜어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한껏 드러냈다. 첫 영화 데뷔작임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처음에는 창우 역으로 오디션을 봤던 게 아니고 그냥 비중이 적은 역할이라도 하고 싶은 마음에 오디션을 봤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조연으로 다시 오디션을 보고 싶다는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렇게 2차 오디션을 보고 마지막으로 감독님을 거쳐서 총 세 번의 오디션 끝에 발탁이 된 거죠. 박창우 역을 맡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스타는 주로 친구 따라 오디션에 갔다가 발탁이 된다는 공식처럼 김성균 역시 우연치 않게 비중이 큰 역할을 따내게 되면서 화려한 신고식을 치른 셈. 그러나 아직 그는 이 모든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사실 이런 갑작스런 관심이 너무 부담스럽기도 해요. 지금 내가 이런 관심과 조명을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직까지는 우쭐대거나 할 상황이 전혀 아닙니다. 이렇게 인터뷰하고 무대인사를 다니면서도 현실의 생활과는 이질감을 많이 느껴요. 제 현실적인 생활과 위치가 그런 게 아니라서 괴리감을 느끼는 부분도 있습니다."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마로니에 공원에서 책 읽던 남자

영화 속에서 입에 착착 감기는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그를 보며 눈치가 빠른 관객들은 이미 짐작했겠지만 김성균은 대구 출신이다. 그는 연기에 대한 막연한 꿈과 희망을 안고 지난 2005년 서울로 무작정 올라왔다.

"사실 영화 속에서는 강렬한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실상은 전혀 아니예요. 저는 그냥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재밌게 놀고 그런 학생이었어요. 저의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요즘같이 왕따, 일진 이런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처음 서울에 왔을 때는 연극을 하기 위해 대학로로 갔어요. 처음에는 엄청 힘들었습니다. 반지하 자취방에서 살았는데 만날 친구도 없고 갈 데도 없었거든요. 아침에 마로니에 공원에 나가서 멍하니 앉아있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죠. 돈을 벌기 위해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던 도중, 선배 한 분이 연극 연출을 하고 계신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순정만화' 오디션을 보게 됐고 연극무대에 서게 됐어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연극을 하게 된 김성균은 '보고 싶습니다', '서스펜스 햄릿', '룸넘버 13', '라이어' 등의 작품에서 차곡차곡 연기 경험을 쌓아왔다. '범죄와의 전쟁'을 통해 영화라는 장르에도 새롭게 도전한 그는 현장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연극과 영화는 서로 다른 매력이 있어요. 연극은 매일 신명나게 노는 분위기라고 할까요? 무대 위에서 굿 한판 하는 기분입니다. 정말 그런 느낌이예요. 이번에 영화를 하면서 느낀 점은 '참 재밌다'는 거였죠. 제 자신을 학대하지 않고도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거든요. 워낙 저희 현장 분위기가 좋았었습니다. 최민식 선배님께서도 '참 분위기 좋은 현장을 잘 만났구나'라고 하시더라고요."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나쁜 영화 속 좋은 형님들

'범죄와의 전쟁'은 배신과 음모가 난무하는 나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마초적인 영화다. 김성균은 이번 영화를 통해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이 '선배들과의 인연'이라고 말한다.

"솔직히 현장 분위기는 여자 배우가 없었기 때문에 더 화기애애해 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남자들끼리만 모여있다보니 칙칙한 분위기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또 남자들만의 우정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편하게 얘기하고 장난도 치고 놀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어요. 당시에 머리가 단발이었기 때문에 저를 여자라고 놀리는 분도 계셨고 지금 생각해도 정말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영화 출연 경력이 전무후무한 김성균이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큰 부담감 없이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던 것은 최민식, 하정우, 마동석 등 '형님들'의 힘이 매우 컸다.

"제일 기억에 남는 신은 제가 마동석 형님의 머리를 맥주병으로 때리는 장면이었어요. 현실감 있는 표현을 위해 병이 조금 두껍게 제작이 돼서 동석이 형이 네 대 맞고 결국 병원에 다녀와야했죠. 너무 죄송하더라고요. 최민식 선배님을 때리는 장면도 무척 부담이 됐습니다. 날도 덥고 고생하시는데 NG를 내면 그보다 더 큰 실례가 없다고 생각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정말 노력했어요. 선배님께서 '때려, 때려. 실감나게 해'라고 말씀하시며 기운을 북돋워주셨죠.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영화를 통해 정우 형 역시 제가 앞으로 살면서 평생을 따라야 되는 형님이 됐고요."

   
신스틸러로 주목받고 있는 김성균 ⓒ SSTV 고대현 기자

영화 속 '독사'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실제의 김성균은 한없이 따뜻하고 예의바른 사람이었다. 기자가 "영화를 보니 왠지 류승범 씨가 떠오르더라"는 말을 건네자 "너무나 영광입니다"라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할 만큼.

1980년생인 김성균은 지난 2010년 결혼을 해 슬하에 돌이 지난 아들도 두고 있다. 이제 곧 둘째도 탄생할 예정이라고. 그는 인터뷰 도중 "언젠가 아내를 위해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슬픈 멜로물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김성균이 아내를 비롯한 많은 여성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놓는 그 날이 빨리 찾아오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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