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연상연하 부부 배우 안용준과 가수 베니가 결혼 8년만에 임신에 성공했지만 양가감정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17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는 만 45세에 고령 임산부가 된 베니가 오은영 박사에게 고민을 털어놨다.

베니는 "결혼 8년만에 아이를 출산하게 됐다. 폐경이 시작될 나이다. 병원에서도 기적 같은 일이라고 한다"며 "아이를 얻었는데 행복과 불행이 같이 온 것 같다. 체중까지 늘면서 거울을 보면 너무 못생겼고 배에 막 털이 나고. 면역력이 떨어져서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가려워서 흉이 졌다. 제 친구가 '예쁜 것만 봐야해. 못생긴 건 보지도 마'라고 하길래 못생긴 걸 안 보려면 난 거울을 안 봐야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안용준은 "아내가 맨날 미안하다고 한다. 저는 예쁘고 고마운데 너무 미안해한다"며 "저희가 행복하기 위해서 선택한 건데 이걸 어떻게 해쳐나가야할지 무섭고 미안하고 복합적인 감정이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부부의 고민에 정형돈도 "저희 아내도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줘야할 지 모르는 남편 마음이 공감된다"고 말했다.

베니는 임신과정에 대해 "의사가 '임신은 불가능해요'가 먼저였다. 이 나이에 임신한 사람이 얼마나 있나 기사도 찾아봤는데 없었다"며 "2021년 나이 43세부터 시험관부터 바로 시도했다. 첫 번째 시도에 두 줄이 나왔다. 일주일 후 피검사에서 잘못됐다. 두 줄을 본 게 세 번인데 다 잘못됐다. 반복된 유산으로 걱정이 앞서게 됐다"며 "스스로 자책하기 시작했다. 2년 정도 했으면 할 만큼 한 것 같다고 생각하고 마지막으로 저자극 요법 치료를 받았는데 이게 열매(태명)가 됐다"고 설명했다.

남편에게 '미안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결혼 발표를 했을 때부터 나이차 때문에 악플부터 주변 시선을 많이 받고 살았다. 그러다 보니 사랑 받기 위해서 예쁜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을 했다"며 "하지만 임신 후에는 예쁘게 할 수가 없다. '애쓰지 않아도 될 나이의 사람을 만났으면'이라는 생각도 해봤다. 제 자신이 초라해보였다. 아무것도 못 하는 제 자신이 너무 쓸모 없게 느껴진다. 남편에게 더 의지하고 그러다 보니 맨날 미안하다. 누구의 잘못이 아닌데 상황들이 저절로 만들어진 것 같다"고 눈물을 쏟았다.

오은영 박사는 "최고의 여성성이 '임신'이다. 역설적이게도 임신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이 줄어든다"며 "저도 임신했을 때 출근 중 엘리베이터 거울을 봤는데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입도 삐죽, 코도 뭉뚝해졌다. 그 변화가 큰 행복도 얻지만 잃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베니의 마음을 공감했다.

이어 베니에게 "어떤 것을 잃는 게 두렵냐"고 물었다. 베니는 "30년간 음악인으로서 성취하며 살아왔으나 임신으로 인해 쓸모 없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성취하고 달성하는 인생의 재미를 느끼면서 살았는데 '내가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 같아진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베니 씨가 혼란스러운 이유를 '모성의 양가성' 때문이다. 또 저출산의 큰 이유는 중 하나인 '양육공포'가 있다. 잘 키우고 싶은데 못 키울까봐. 잘못하게 될까봐 두려운 감정이다. 고령의 산모일 수록 모성의 양가성을 잘 이해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부의 문제는 이뿐만 아니었다. 오은영 박사는 안용준의 감정 기복이 예사롭지 않음을 포착했다.

안용준은 "원래 아예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정도였는데 아내와 함께 있다 보니 변해갔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운 적이 없는데 퇴근 후 아내와 텔레비전을 보면서 우는 하루 일과의 마지막이다. 음식 취향은 물론 시간까지 닮아간다. 베니의 '먹덧'까지 따라 겪었다"고 말했다.

얘기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아내의 임신 증상을 남편이 똑같이 겪는 '쿠바드 증후군'을 겪고 있을 뿐아니라 아내와 한 몸이 되려 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니는 "남편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안용준은 "아내와 연락이 안 되면 불안하다"며 "문자, 전화 합쳐서 15분이 지나면 응급 상황인거다. 스케줄이 겹치지 않으면 따라간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집착이 심하다"고 지적했다.

안용준은 "아내와 만나기 전에는 그런 적이 없다. 연락할 때 사랑하는 마음과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 중 '걱정'이 조금 더 큰 것 같다"며 "혼자 잘 다치는 편이라 연락이 늦어지면 불안하다. 아내는 제가 없으면 그 상황이 정리가 안된다. 불안함과 동시에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베니가 불안한지, 베니와 연락이 안되는 자신이 불안한 건지 구분해야한다"고 말했다. 안용준은 "저로부터 오는 불안을 아내 때문에 불안한 걸로 착각하는거 같다"며 "베니와 떨어지면 속이 울렁거리는 반응과 무서운 것보다 외로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안용준 씨가 아내로부터의 분리 불안이 있다"며 "'성인 분리 불안'이 있을 경우 애착 대상자와의 관계를 검토해봐야한다"고 어린 시절을 궁금해했다. 

안용준은 "태어나서 자라온 모든 과정이 대부분 많이 외로웠던 것 같다. 누나들이 저의 존재를 싫어했고 상처도 많이 줬다. 가족한테 사랑한다는 표현은 거의 할 수 없었다. 집에서 눈치 보는 게 대부분이었다. 방에서 혼자 있는 게 당연한 어린 시절이 흘러갔다"고 회상했다.

오은영 박사는 "그런 경우 세상을 잘 못 믿는다. 사람들 사이에서 편안하지 않았을거다"고 했다. 안용준도 "10년지기 친구와 단둘이 만나는 건 불편하고 힘들다. 유일하게 제 자신을 보여줄 수 있고 단둘이 만나서 식사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는 게 아내가 처음이었다. 편안해지고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겠더라. 그게 힘들지 않은 사람이었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오은영 박사는 "아내에게 평생 처음 경험하는 편안함을 느꼈다. 본인의 불안 때문에 못 떨어지고 있다"며 "나쁜 건 아니지만 건강한 성장에는 역행하는 거다. 아이를 키우는데 영향이 간다. 아이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베니는 "남편 만나고 변했다. 결혼 3개월 전까지만 해도 혼자 유럽 여행을 다닐 정도로 독립성이 강했다. 이제는 상상도 못한다. 남편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다. 남편이 없으면 무섭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는 부부가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동반의존'이라고 진단했다.

베니도 가부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시절이 있었다. 그는 "가부장적인 집에서 자랐다. 아버지가 엄청 엄하고 윽박지르셨다. 음대 실기시험을 보러가는데도 '네가 무슨 음대야'라고 하셨다. 가족 중에 남자가 있는 게 불편하다. 남동생이 있는데 부럽다. 저는 그런 게 없다"면서 "사랑을 주는 법도 모르고 사랑을 받는 것도 불편했다. 결혼 후에 아빠와 다른 남자를 만나서 성공한 것 같다. 아빠 같은 삶은 절대 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남편을 만나서 숨 쉴 구멍이 하나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동반의존'이 지나치면 균형을 맞추는데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