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욕심쟁이' 조승우 "제 사전에 울며 겨자먹기란 없죠"
[SS인터뷰] '욕심쟁이' 조승우 "제 사전에 울며 겨자먹기란 없죠"
  • 승인 2011.12.1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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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조승우 ⓒ SSTV 고대현 기자

[SSTV l 유수경 기자] 지칠 줄 모르는 열정과 강단 있는 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몰입도와 끊임없는 노력, 여기에 상대를 위한 따뜻한 배려까지 곁들여진 한 배우가 있다. 불보다 뜨겁게 혹은 얼음보다 차갑게 연기의 온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줄 아는 그는 명실공히 ‘연기파 배우’로 거듭난 지 오래지만,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면 불편하다”며 겸손함을 드러낸다. 바로 데뷔 12년차 배우 조승우의 이야기다.

국내 하반기 기대작 ‘퍼펙트게임’ (감독 박희곤)에서 조승우는 자신과 여러 면에서 닮아있는 故 최동원 감독을 연기한다. '퍼펙트게임'은 1980년대 불안과 격동의 시기 속 전 국민을 뜨겁게 달궜던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 최동원과 선동열의 역사적 대결을 그리고 있다.

“영화화되기 전에 박희곤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들고 최동원 감독님을 찾아갔었어요. 자초지종을 얘기하니 최 감독님께서는 ‘만들거면 제대로 만들어라, 약속 할 수 있으면 하라’고 하셨죠. 그 후 선동열 감독님을 찾아가서 ‘동원이 형 하신대요? 그럼 저도 하죠, 뭐’라는 아주 쿨한 답변을 얻었고 ‘퍼펙트게임’이 탄생하게 됐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조승우 ⓒ SSTV 고대현 기자

조승우가 연기한 최동원은 지난 1983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프로야구에 데뷔했다. 그는 데뷔 2년째인 1984년 7전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혼자 4승을 따내며 약체 롯데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프로야구 사상 보기 힘든 극적인 승부다. 하지만 당시 조승우는 5살에 불과했다.

“물론 제가 그 경기를 직접 몸으로 느낀 세대는 아니에요. 하지만 인물에 대한 캐릭터는 시나리오가 너무나 잘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박희곤 감독님이 어마어마한 분량의 자료를 주셨어요. 최동원 감독님의 자서전을 보는 느낌이었죠. 사실 저는 투수 최동원보다는 사람 최동원을 담고 싶었는데 그 점은 아쉬움이 조금 남아요.”

이번 영화를 통해 원 없이 공을 던진 그는 현재 사회인 야구단 쉘터스에서 활약하고 있다. 촬영하는 내내 체력 고갈이 심했을 법도 한데 조승우는 영화 촬영이 끝난 지금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인터뷰 도중 쉘터스의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얼굴에 함박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최고의 투수를 연기하기 위해 열심히 했고 힘들었지만, 제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무언가를 하지는 않아요. 그저 최선을 다하는 거죠.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구축해 낼 때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억지로 하진 않습니다. 제가 원해서 하는 거고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이제는 사회인 야구 투수로서 정말 열심히 할 거예요. 참, 뮤지컬 ‘조로’ 공연 끝나면 동계훈련도 갈 계획이에요.(웃음)”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조승우 ⓒ SSTV 고대현 기자

조승우는 중학생 때 우연히 뮤지컬 한 편을 접한 뒤 배우를 꿈꾸게 됐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해 꿈에 그리던 무대에 섰다. 이어 그는 우연한 기회에 영화계에 입문, 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활약을 펼치게 된다. 그러나 대중들에게 연기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다가서는 것을 원치 않았던 탓에 그는 늘 베일에 쌓여있었다.

“사실 저는 무대공포증이 아주 심했어요. 실수를 용납 못하는 성격 때문에 힘든 적도 많았죠. 특히 영화는 10년 이상 됐지만 아직도 적응해가는 기간이라고 생각해요. 검은 카메라가 눈앞에 있으면 집중을 깰 때가 많거든요. 무대가 백번 공연에 열 번 만족한다면 영화는 백번 중 두 세번 만족 할까 말까죠. 방송에 나가서 웃고 떠드는 것도 자신 없고요. 원래 재미있는 사람인데 카메라가 있으면 제 기량을 발휘 못 하는 것 같습니다.”

조승우는 실제로 재치 있고 넉살이 좋다. 그에게 “야윈 것 같다”는 말을 건네자 “오전부터 인터뷰하느라 오늘 급격하게 야위었다”며 농을 건넬 정도로. 그러나 군 입대 이전에는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이 그의 발목을 붙잡는 부분도 분명히 있었다.

“군대에서 배운 게 한 가지 있어요. 최고가 아니어도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거죠. 군 복무 중에 정말 많은 무대에 섰어요. 할머니, 경찰, 어린 아이 할 것 없이 다양한 관객을 상대로 공연을 했죠. 그래서인지 제대 후에는 창피한 게 없어졌어요. 또 과거에는 저에게 엄청난 무례를 범한 기자와 멱살잡이를 할 뻔한 상황도 있었고, 오보가 난 것을 보고 화가 나 전화를 건 적도 있었어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냥 웃어넘길 수 있게 됐습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조승우 ⓒ SSTV 고대현 기자

‘퍼펙트게임’은 오는 12월 21일 개봉한다. 공교롭게도 장동건, 오다기리 조 주연의 영화 ‘마이웨이’ (감독 강제규)와 개봉일이 같다. 게다가 올 겨울은 대작 외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더욱 치열한 전쟁이 예고된다.

“솔직한 마음으로는 외화보다 우리 작품이 더 부각됐으면 좋겠네요. ‘마이웨이’와 함께 흥행 쌍끌이에 성공해 외화에 굴욕을 주고 싶어요. 표현이 조금 지나쳤나요?(웃음)”

솔직담백한 남자, 조승우. 그는 무겁지 않게 진지하고 가볍지 않게 유쾌한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 아슬아슬한 경계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고 서 있는 ‘작은 거인’ 조승우. 비록 영화 속에서는 최고의 투수 역을 맡았지만 '퍼펙트게임'의 흥행과 앞으로 그의 연기 인생에서는 시원한 홈런이 빵빵 터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