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퀴즈' 봉화광산 생환 광부 "커피믹스로 4일 버텨…1분의 시간만 달라고 신께 빌어"
'유퀴즈' 봉화광산 생환 광부 "커피믹스로 4일 버텨…1분의 시간만 달라고 신께 빌어"
  • 승인 2022.12.07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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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캡처
사진=tvN '유퀴즈 온 더 블럭' 방송캡처

봉화 광산에 열흘간 갇혀있다가 생환한 광부 박정하 씨가 힘겨웠던 매몰 사고의 기억을 털어놨다.

7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박정하 씨가 출연해 221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던 생존기를 밝혔다. 

박정하 씨는 현재 건강에 대해 "식사는 잘 하고 있다. 그 안에 너무 오랜 시간 머물러있다 보니까 정신과 치료를 병행중이다"고 말했다. 

27년 경력의 광부인 박정하 씨는 "제가 오후 출근조여서 4시에 입갱을 했다. 5시 38분에 광산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63빌딩 정도 되는 깊이였던 190m 아래 고립됐다"며 "처음 붕괴되기 시작할 때는 굉음이 너무 컸다. 엄청난 양의 암석, 폐기물이 쏟아져서 가까이 접근할 수가 없었다. 6~7m 후방에서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2시간이 지나니까 좀 잠잠해져서 확인해보니까 파이프, 나무가 얽혀있었다. 탈출을 할 수 없었다. 함께 있던 동료는 온 지 4일밖에 안 된 친구였다. 주저앉아 울면서 겁을 냈다. 이 안에서 최소한 버텨낼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해서 비닐을 모아서 바람을 피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갱도 내 평균 온도는 14도였다. 그 안에서 박정하 씨는 불을 피워 체온을 유지했다. 유일한 식량은 커피믹스였다고. 박정하 씨는 "전기가 없으니까 물을 끓일 수가 없지 않냐. 가지고 있던 커피포트가 스테인레스라서 모닥불에 물을 끓일 수 있었다. 그게 식사대용이 됐다. 4일차 되는 날 커피믹스도 다 떨어졌다. 한 방울 씩 떨어지는 물을 모아 마셨는데 그 물도 냄새가 많이 났다. 저는 괜찮게 마셨는데 같이 간 친구는 다 토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어 "구조작업을 하다 보면 큰 소리가 들리는데 아무 소리도 안 들려서 우리 위치를 잘못 알고 있나 싶었다. 함께 간 친구가 겁이 많았다. 되지도 않는 인터폰을 켜고 농담을 하면서 친구를 안심시켰다. 이 친구가 있어서 저도 버틸 수 있었다"고 밝혔다.

사실 박정하 씨에게도 결코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량과 연료들은 떨어져갔고 두려움은 점점 커졌다. 그는 "우리 곁에 있던 것들이 한 가지씩 전부 없어지는 상황이었다. 옷을 말리면서 처음으로 후배한테 우리 희망이 없어 보인다고, 대비하자고 했다. 그 얘기를 하는 순간 두려움, 공포가 한 순간에 몰려오는데 가슴이 터질 것 갔았다"고 말했다.

이어 "장작 여섯 개비 피워봤자 2시간뿐이다. 마지막 방법은 비닐 움막을 몸에 감는 것뿐이었다. 죽는 게 이런 거구나 싶어 진짜 무서웠다. 신에게 1분만 달라고, 아내 손 잡고 고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할 시간만 달라고 빌었다"고 떠올렸다.

그때 박정하 씨와 동료를 살린 한 마디는 '발파'라는 소리였다. 곧 불빛이 보였다. 동료들은 박정하 씨를 찾았고, 두 사람은 기적적으로 구조됐다.

박정하 씨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 그는 "우리는 '산업전사'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했다. 모든 산업은 기계화되고 있는데 채광 방식은 70년대 말과 똑같다.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있겠냐"며 "위험에 노출돼 일하는 동료 광부들의 처우나 근로 조건이 개선돼서 '힘들지만 해야할 일을 한다'는 예전의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환경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