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상담소' 발레리나 김주원 "왕예민한 금쪽이"…오은영 "소아강박→발레"
'금쪽상담소' 발레리나 김주원 "왕예민한 금쪽이"…오은영 "소아강박→발레"
  • 승인 2022.05.21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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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캡처
사진=채널A '금쪽상담소' 방송캡처

35년간 발레만 해온 발레리나 김주원이 금쪽 상담소 문을 두드렸다. 20일 방송된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에서는 김주원이 출연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놨다.

김주원은 "지금 긴장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거의 처음이다. 인터뷰를 해도 주로 작품에 관한 걸 하고 제 얘기는 포장했다. 근데 오 박사님께는 포장이 통하지 않지 않냐"며 웃었다.

이어 "속마음을 꺼내 본 적 없는데 얘기하려니 겁이 많이 난다"며 "무용수에게는 두 번 죽음이 있다. 첫 번째는 무대를 떠날 때, 두 번째는 진짜 인생의 죽음을 뜻한다. 저도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발레를 시작해 평생을 무대에 있었던 사람이니 아직은 노력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결국 무대를 떠나야한다는 걸 안다. 그 순간 과연 (은퇴를) 건강하게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런 걱정이 된다. 저에게는 무대가 자식처럼 소중한 건데 그걸 떠나보낸 후 공허함을 못 견딜 것 같아 고민이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우리가 살다보면 누구나 한번쯤 은퇴할 생각이 든다. 이때 허무함과 공허함을 느끼게 된다. 이걸 바로 상승 정지 증후군이라고 한다. 더는 올라갈 목표가 없고 현역으로서 물러나야할 때가 왔다고 느낄 때 공허함을 느끼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김주원은 "발레리나는 몸으로 이야기를 표현한다. 사실 나이가 들수록 경험이 쌓이며 더 많은 이야기가 생기고 더 잘 교감할 수 있다. 그래서 잘 나이 들어가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왔다"며 "신체는 그 반대가 된다. 예전보다 테크닉이나 에너지가 덜 해도 관객들과 소통 없이 내가 살 자신이 없으니 내 작품을 만들자 싶어서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은영 박사는 "나이가 들면서 은퇴를 앞두고 상실감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누구나 그렇다. 근데 주원 씨는 그러한 상실감과 허무감이 다른 사람들보다 더 큰 것 같다"고 진단했다.

오 박사는 김주원의 어린 시절을 물었다. 김주원은 "전 다른 사람의 문제에 관여되는 걸 상당히 두려워한다. 그걸 보는 것도 힘이 든다"며 "그래서 '금쪽같은 내 새끼'를 한번도 안 봤다. 아이들이 힘든 걸 보는 게 힘들다. 12월 공연이 끝나고 보기 시작했다. 근데 거기 나오는 금쪽이들이 너무 저 같았다. 선생님 표현을 빌리면 '왕예민이'였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유치원에 가기 전 옷을 겹겹이 있고 소매 길이 cm까지 정확하게 맞추려고 하다가 버스를 놓치기 일쑤였다. 책가방을 쌀 땐 수업 별로 교과서와 노트의 배열이 정확히 챙겨야 잠에 들 수 있었다. 그래서 금쪽이들을 지켜보며 남 일 같지 않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를 듣던 오은영 박사는 "소아 강박이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저도 어릴 때 시험지를 받으면 끝과 끝이 맞아야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은데 아직까지 남아있는 게 있다. 제 연구소 테이블이 새하얀데 거기에 작은 얼룩이 하나 있으면 기어코 지워야한다. 그래서 항상 지우개를 갖고 다닌다"고 말했다.

오 박사는 김주원의 소아 강박이 발레로 옮겨 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사실 강박이 발레리나 되는데는 도움이 됐을 것이다. 문제는 강박이나 불안을 발레로 통제하며 그 안에서만 안정감을 찾다보니 그 외의 삶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주원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강박이 발레로 옮겨간 것 같다"고 인정했다. 그는 "열이 펄펄 나거나 진짜 할 수 없을만큼 아플 때 제외하곤 매일 발레를 한다"며 "저도 쉴 때가 있다. 그런데 쉬고 나면 그 다음이 감당 안 된다. 제 몸을 진짜 예민하게 느낀다. 또 장기간의 휴가가 주어지면 정말 망연자실한다. 여행을 가도 가장 먼저 운동 공간이 있는 곳이어야만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몸이 힘들어지는 걸 너무 잘 알기 때문에 그게 더 힘들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어린 시절 강박이 발레를 하며 상당 부분 해소됐음을 털어놓으며 "제 가족이 제게 발레를 만나지 않았다면 우리 곁을 일찍 떠났을 거라고 얘기할 정도"라고 말해 놀라움을 안겼다.

오 박사는 "본인의 욕구나 감정이나 휴식을 필요로 하는 신호를 무시한다. 인정하지 않는다. 내지는 너무 몰두해 못 알아차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제가 브레이크가 없다. 춤을 추며 상당히 많은 장르의 사람들을 만나왔다. 근데 사실 전 수줍음이 정말 많은데 애써 그걸 숨겨야하는 상황이 너무 많았다. 12살에 발레를 시작해 18살에 국립발레단 수석으로 들어갔다. 100명이 무대에 서다보니 단체 생활을 하며 오해도 겪고 버거웠다. 그런데 또 제가 사랑하는 발레를 하려면 성격이 바뀐 것처럼 보여야했다. 그래서 사회적 사람이 되려고 상당히 노력하며 살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유일하게 제 자신이 소통되고 편안하게 되는 건 발레 밖에 없었다. 그래서 누군가 저를, 진정한 저를 알고 싶으면 제 춤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무대는 거짓말을 할 수 없고 나의 모든 삶이 담겨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가 무대 위에서 내려오는 걸 더 겁내온 것 같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김주원이 발레로 인해 포기해야 했던 것을 물었다. 김주원은 "어린 시절부터 발레를 시작해서 그 나이대에 겪어야 했던 정서 경험이 없다. 또 사랑도 했고, 남자도 만났지만 어느 정도 만나고 나면 가정을 갖고 아리를 갖고 싶어 하더라. 제게는 이미 계획이 다 있었다. 근데 아이를 갖게 되면 경력에 공백이 생긴다. 그 당시에는 제게 공연이 너무 소중해서 사랑하던 이들과 헤어지게 됐다. 그렇게 춤만 추다보니 46살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정말 사랑하는 후배가 언젠가 저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 낳고 싶다며 춤을 그만두겠다고 하더라. 그 당시에도 그 친구는 너무 훌륭하고 아름다운 세계적 발레리나였다. 충격을 받아 되물었다. 둘이 통화를 하며 한참을 울었다"며 "정말 사랑하는 걸 택하기 위해 정말 사랑하던 걸 버려야하지 않나. 저도 여자로서의 삶을 한 번 생각해보게 되고 그 후배가 무대를 떠날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출산은 발레리나에 큰 숙제고 양쪽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 저의 선택에 너무 행복하다. 아직 춤을 출 수 있으니까. 나이가 더 들었을 때 후회할 수 있지만 제가 여자로서 살아가는 삶 중에 춤을 선택한 게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주원은 담담하게 얘기를 하다가 결국 한참을 오열했다. 그는 "제 얘기가 잘 공감이 안 되실 것 같아 제가 우는 게 불편하다"며 "이런 얘기를 단 한 번도 누군가에 꺼낸 적도, 하고 싶은 적도 없었다. 그냥 춤으로만 기억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또 다른 무대 뒤 모습을 별로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은영 박사는 "발레리나 김주원만 있지, 인간 김주원의 인생이 빠져있다. 발레리나 김주원은 영원하다. 무대에서 내려와도 그걸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기쁨을 줬던 건 그대로 남아있다. 시간이 흘러가도 관객의 기억과 마음 속에 그대로 행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인간 김주원으로서의 인생이 또 펼쳐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원 씨도 이제까지의 삶이 모두 발레를 위한 삶이었다면, 이제부턴 조금씩 감당할 수 있게끔, 애써 노력하며 조금씩 내려놔야 한다. 인간 김주원으로서의 삶의 영역이 더 커지면, 때론 맥주도 한 잔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고"라며 웃었다.

김주원은 "제가 언제까지 무대에 설 지는 모르지만 내려가는 순간까지 행복하게 춤출 수 있을 거 같다"며 "인간 김주원의 애써 무시했고 그게 행복하지 않을 거라 단정 짓기도 했다. 꽤 오래 싱글이었는데 사랑도 하고, 하늘도 자주 보려고 한다"고 약속했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