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인터뷰] 카이, '최고의 조미료' 클래식 가진 '팝페라 셰프'
[SS인터뷰] 카이, '최고의 조미료' 클래식 가진 '팝페라 셰프'
  • 승인 2011.06.09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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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페라를 통해 음악적 갈증을 풀어내는 카이 ⓒ 유니버설 뮤직

[SSTV l 이금준 기자] “‘클래식’이요? 최고의 음악 조미료죠.”

팝페라(Popera)는 ‘팝(Pop)’과 ‘오페라(Opera)’를 결합한 신조어로 팝과 오페라의 중간 형태만을 의미했던 초기의 정의에서 벗어나 어느덧 하나의 독자적인 장르로 정착했다. 팝페라의 대표주자 사라 브라이트먼, 알렉산드로 사피나 등은 자국민을 넘어서 전세계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러한 인기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팝페라는 대중들의 큰 관심과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 대중의 귓가에는 미지의 영역인 셈. 그런데 여기 과감하게 팝페라라는 장르를 토대로 한국인의 감성을 울리겠다는 카이(30, 본명 정기열)가 등장했다.

◆ 클래식, 풀리지 않는 갈증…. 그리고 팝페라 ◆

음악선생님인 어머니 밑에서 자라난 그는 어릴 때부터 음악과 친숙한 분위기에서 성장했고 어느새 음악을 평생 업으로 삼게 됐다.

“어릴적 노래를 부르며 관심을 받는 것에 대한 희열이 있긴 했지만 이것이 직업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서태지, 신성우 같은 대중가수들도 좋았지만 그것보다도 오페라 아리아 신기하게 다가왔죠. 사람에게서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경이로움 가지게 됐습니다.”

카이는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섭렵했다. 그는 서울예고 수석으로 졸업했고 서울대 성악과에 입학, 석사를 수료하고 박사 학위까지 노리고 있다. 지난 2007년 동아 콩쿨과 2009년 오사카 국제 콩쿠르 등에서 입상하며 국내외에 이름을 알린 카이는 클래식계에서도 유망주였지만 돌연 정통 클래식을 버리고 팝페라 가수가 되겠다는 선언을 했다.

“클래식을 가장 사랑하긴 하지만 내 스타일로 재정립 해보자는 생각을 갖게 됐습니다. 팝페라를 통해 음악을 시작할 때 느꼈던 본질적인 것들을 다시 찾아보자 했죠. 성악인이 되기 위한 코스를 밟아오면서 처음 느꼈던 감정에서 멀어졌다랄까요? 쉽게 말하자면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닌 그렇게 보이는 방법만을 익혔습니다.”

그에게 있어 정통 클래식은 풀리지 않는 갈증과도 같은 존재였다. 오페라 속 성악가를 볼 때도, 대중가수를 볼 때도 항상 고민과 생각이 가득했다. 때문에 카이는 팝페라라는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도 정통 성악에 대한 공부를 쉬지 않고 있다.

“공부를 계속 해야 클래식의 어떤 점이 좋은지 또는 어떤 점이 내게 아쉬움을 남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박사라고 하면 그저 책상머리에 앉아 골머리를 싸매는 이미지가 남아있는 게 사실인데요, 사실 음악에서 박사란 행정적인 측면 보다는 직접 체험하는 실질적인 과정을 거칩니다. 그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해요.”
   
팝페라를 통해 음악적 갈증을 풀어내는 카이 ⓒ 유니버설 뮤직

◆ 음악의 멘토 조수미, 그리고 노영심 ◆

그가 성악가로서, 그리고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조력자가 있었다. 바로 세계적인 소프라노로 인정받는 소프라노 조수미와 오랫동안 대중들에게 사랑받았던 가수 노영심, 그리고 언제나 그의 곁을 지켜줬던 음악적 동반자인 피아니스트 박형진이다.

“조수미는 사실 얼굴도 못 봤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우연히 제 음반을 듣고 지속적으로 공연을 함께 해 왔던 이태리 성악가 사피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데요. 그래서 콘서트에 한 두곡씩 게스트 참여하게 됐죠.”

조수미의 공연에 참여하면서 음악가로서 카이는 더욱 높은 평가를 받게 됐고 조수미와의 인연의 끈도 더욱 두터워졌다.

“지속적으로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마음을 많이 열어주습니다. 어느새 공연에서 10곡 정도를 부르게 됐어요. 콘서트에 할당량 중 많은 부분을 내준다는 건 커다란 의미를 가져요. 조수미는 저란 사람을 알릴 수 있도록, 그리고 노래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분이세요.

노영심도 그에게 음악적 도움을 많이 준 은인이다. “노영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어요. 음악적으로, 그리고 인생적으로도 조언자세요. 본인 스스로도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클래식을 벗어나 자신의 감성도 잃지 않는 순수한 뮤지션이죠. 항상 많은 도움과 영감을 얻게 돼요.”

그의 마지막 은인은 박형진이다. “간단히 말하면 그녀의 테크닉이 최고는 아니에요. 하지만 따스하게 내 노래를 감싸주는 그녀의 터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녀와 함께 가야한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녀가 내게 있어서만큼은 최고인 이유죠.”

“박형진과는 성별에 관계없이 눈빛만 보면 아는 연인 같은 사이에요. 대학을 다닐 때부터 오랫동안 함께했죠. 그녀와 실패, 그리고 성공을 함께 맛보며 지금까지 지내왔습니다. 요즘은 부쩍 이런 생각이 들어요. ‘카이가 더욱 성장할수록 박형진 같은 사람이 항상 곁에 필요하다’고요.”
   
팝페라를 통해 음악적 갈증을 풀어내는 카이 ⓒ 유니버설 뮤직

◆ 팝페라를 통한 음악인 카이의 꿈 ◆

음악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고 정의 내린 카이는 음악에 대해서 지독한 확신을 갖고 있는 사람은 ‘틀린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신은 ‘항상 다양한 곳에 귀를 열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단다.

“클래식을 나름대로 표현하자면 프랑스 어느 지방에서 나오는 천연염 같습니다. 사람들은 잘 모르지만 어느 음악에나 섞으면 잘 화합될 수 있는 최고의 조미료죠. 팝페라라는 음악이 클래식과 다른 장르가 만나는 것이다 보니 정해진 규격이 아니라 만들어 내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것이라 생각해요. 카니예 웨스트나 앨리샤 키스가 클래식과 만나 생각지도 못한 음악을 만들어 내는 걸 보고 정말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러한 작업들을 통해 대중의 인식을 바꿔보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팝페라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아직까지는 닫혀 있는 것 같습니다. 덮어두고 쳐다보지도 않는. 그래서 음악적인 고민이 아직 굉장해요. 이런 부분은 책임감을 갖고 이겨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젠가 저보다 훨씬 잘난 후배가 나와서 이 분야가 더욱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카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기자는 그 어느때 보다 가수의 말과 그 속에 담긴 마음에 집중하게 됐다. 카이의 음악에 대한 고민과 진지함은 그것을 글로 풀어내는 기자의 재주가 부족함을 더욱 느끼게 만들었다. 글로 미처 녹여내지 못한 카이의 진심들이 음악으로나마 팬들의 귓가에 전해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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