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고유민 유족 "구단 갑질·따돌림·사기극" VS 현대건설 "사실무근"
故 고유민 유족 "구단 갑질·따돌림·사기극" VS 현대건설 "사실무근"
  • 승인 2020.08.20 2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의 따돌림과 횡포가 고인을 죽음을 내몰았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캡처
극단적인 선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故 고유민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건설 측의 따돌림과 횡포가 고인을 죽음을 내몰았다고 주장했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캡처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여자배구 전 현대건설 고(故) 고유민 선수의 유족이 "현대건설 배구단의 사기극이 고유민을 벼랑끝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모 씨와 소송대리인 박지훈 변호사는 20일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언론에서는 고유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원인이 악성댓글이라고 한다. 악성댓글에 시달린 것은 사실이지만 (사망의) 주원인은 아니다"며 "현대건설 코칭스태프의 따돌림, 배구 선수로의 앞길을 막은 구단의 사기극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체육시민단체 '사람과 운동'은 이날 경찰이 포렌식 수사로 고인의 휴대전화와 태블릿 PC 등에서 찾아낸 자료를 제시했다. 박지훈 변호사는 "고유민 선수가 생전 가족, 동료와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감독이 나를 투명인간 취급한다', '나와 제대로 말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말을 일관되게 했다"며 "의도적인 따돌림은 훈련 배제로 이어졌다. 고유민 선수는 숙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동료를 감싸다가 더 눈 밖에 나서 수면제를 먹어야 잠이 들 수 있을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계약상의 문제도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고유민이 구단에 트레이드를 요청했고, 구단에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이를 미끼로 고유민에게 3월 30일 선수계약해지 합의서에 사인하도록 유도했다. 그런데 5월 1일에 일방적으로 고유민을 임의탈퇴시켜 다른 팀에 갈 수 없도록 했다. 계약을 해지하면 고유민은 자유계약선수(FA)다. FA는 임의탈퇴 처리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건설이 계약해지를 통해 3월부터 4개월 분의 급여를 아낄 수 있었다. 고유민이 높은 연봉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팀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악의적인 조치로 볼 수 있다"며 "구단들이 선수들을 내보낼 때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현대건설의 사기에 고유민이 절망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한국배구연맹(KOVO)에 이를 확인하니 '현대건설 배구단이 선수와의 계약해지 합의서를 연맹에 제출한 적이 없다. 그런 게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답했다"며 "KOVO의 답변이 사실이라면 현대건설 배구단은 KOVO를 상대로도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인의 어머니 권 씨는 "(고)유민이가 생전에 수면제를 복용할만큼 힘들어했다. 구단은 팀 내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방조했다"며 "유민이가 어떤 심정으로 버텼을지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유민이를 따돌린 사람들의 죄를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현대건설 구단은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구단 자체 조사 결과 훈련이나 경기 중 감독이나 코치가 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킬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며 "고유민 선수가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기도 했다. 경기와 훈련에서 배제했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고 맞섰다.

계약해지와 관련해서는 "고인이 2019-2020 정규리그가 진행 중이던 2020년 2월 29일 아무런 의사 표명없이 팀을 이탈했다. 선수가 악플로 심신이 지쳐 상당 기간 구단을 떠나 있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며 "구단은 상호 합의 하에 3월 30일자로 계약을 중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3월에는 임의탈퇴가 불가능한 시기여서 FA 절차 종료 이후인 5월 1일부로 임의탈퇴 공시를 했다. 6월 15일 고인은 '배구가 아닌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사를 확고하게 밝혔다"고 유족의 주장을 반박했다.

한편 고유민은 지난 7월31일 오후 광주시 오포읍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악플로 인한 자살로 알려졌으나 유족이 이를 반박하며 나서 논란이 커졌다. 

[뉴스인사이드 강하루 기자 news@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