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고’ 감각을 상실한 시대에서 버틸 수밖에 없는 현실, 천우희의 내공 느껴지는 감성 연기 (종합)
‘버티고’ 감각을 상실한 시대에서 버틸 수밖에 없는 현실, 천우희의 내공 느껴지는 감성 연기 (종합)
  • 승인 2019.10.11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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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주)트리플픽쳐스
사진=(주)트리플픽쳐스

 

‘버티고’가 강박적인 현실 속에서 방향을 잃은 현대인을 세밀하게 그려냈다.

11일 오후 서울시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버티고’(감독 전계수) 언론시사회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전계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천우희, 유태오, 정재광이 참석했다.

‘버티고’는 현기증 나는 일상, 고층빌딩 사무실에서 위태롭게 버티던 서영(천우희 분)이 창밖의 로프공과 마주하게 되는 아찔한 고공 감성 무비다. 

이날 전계수 감독은 “‘버티고’는 현기증이라는 의미가 있고 비행 용어 중에 회전을 할 때 어디가 하늘이고 땅인지 모르는 감각을 상실하는 현상을 ‘버티고’라고 한다. 서영이 겪고 있는 증상으로서 ‘버티고’가 있고 순수 우리말로 버티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한국 사람만 느낄 수 있는 중의적 의미가 재밌어서 제목으로 정하게 됐다”며 영화의 의미를 설명했다.

전계수 감독은 “직장생활을 3년 정도 했다. 그때 느꼈던 감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영화 속 직장 환경이 실제 제가 다녔던 직장환경과 비슷하다”며 작품을 연출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전계수 감독은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한 것에 관해 “남성으로 주인공을 하면 객관성을 잃을 것 같았다. 그리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선 자체가 섬세했으면 했다. 저는 제 마음을 잘 아니까 같은 나이를 지나는 젊은 직장인, 여성의 마음이 어떨지 궁금했다. 여성으로 가야만 좀 더 보편적이고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 주인공을 여성으로 설정했다. 다른 캐릭터는 직장 생활 당시 동료와 상사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한 전계수 감독은 “‘버티고’는 서사의 단단함에 기대는 작품은 아니다. 이 영화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감각을 상실한 여성, 현대인이 감각을 회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감정의 무늬들을 어떻게 사운드와 미장센으로 담을까 고민했다. 이 영화의 동력은 서사보다는 서영이라는 인물의 감정의 흐름, 감각의 리듬이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서영 역의 천우희는 “‘버티고’를 작년 이맘때 연기했다. 올해도 ‘멜로가 체질’에서 30대 여성을 표현했다. 어렵다기보다는 제 또래, 지금 지나는 세대라서 가깝게 표현하려고 했다. 두 작품 모두 극적인 면이 있지만 현실에서 제가 느낀 감정들을 공감할 수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했다”며 “극한 감정들을 쌓아가야 해서 현장에서 최대한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전후 상황들, 서영이 처한 현실들과 감정선을 잘 연결하려고 집중했다”고 연기에 있어 염두에 둔 부분을 언급했다.

이어 천우희는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각자 줄을 하나씩 달고 있는 것 같았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줄이 이어져있는데 하나하나 툭 끊기면서 서영이라는 인물이 낙하하게 되는 느낌이다. 아무런 관계없던 누군가에 의해서 어떻게 보면 구원받는 느낌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가 에너지를 발산했다면 이번 캐릭터는 안쪽으로 에너지를 응축했어야 했다. 캐릭터를 연기할 때 동물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큰 수족관에 갇혀있는 돌고래 같은 느낌을 받았다. 고층 빌딩 큰 외벽, 창문도 혼자 고립된 불안함이 있었다. 그것을 어떻게 영화적으로 감독님이 설정해놓은 감각을 현실적인 감정과 맞춰서 구현할지 준비하고 해석했다”고 부연설명했다.

정재광은 “관우라는 인물을 삶의 의지가 담긴 천사라 해석했다. 천사에 대해 생각하고 관련된 영화들을 보고 조언을 받아 표현했다”며 캐릭터를 소개했다.

정재관은 캐릭터 준비 과정에 관해 “소방대원 분들이 고층건물에서 인명구조를 하는 훈련을 2주 동안 받았다. 힘들지만 소방대원 분들이 하시는 걸 보니까 정말 허투루 배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지만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인물에 빠져드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유태오는 “캐릭터의 이력서를 썼다. 어떤 과정으로 자랐는지, 가정환경으로 인해 그런 취향을 갖게 된 건지 아니면 타고 난 건지 생각해봤다. 진수에게는 서영이가 안정감의 상징이었던 것 같다”고 자신이 연기한 진수 캐릭터에 관해 말했다.

유태오는 “이 영화는 나에게 두 가지 키워드가 있다. 성장과 재미다”며 영화의 의미를 언급했다.

유태오는 “제가 처음 한국에 들어오고 싶었던 이유가 과거 방학 때마다 한국에 올 때 봤던 작품이 ‘접속’, ‘편지’,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들이었다. 제가 좋아하는 감수성을 보여드릴 수 있는 작품에 출연하면서 성장한 거 같다”며 “감독님 ‘러브픽션’ 때 단역으로 출연했다. 짧게 나왔는데 두 번째에 주조연이 될지 몰랐다. 그만큼 노력했고 고생도 해서 이런 성과가 있구나 싶은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영화 ‘버티고’ 오는 17일 개봉 예정이다.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