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인터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기교 빼고 진정성 담아낸 김명민 
[인싸인터뷰]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기교 빼고 진정성 담아낸 김명민 
  • 승인 2019.09.23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진심을 담은 연기로 대중의 신뢰를 받는 김명민이 인천상륙작전의 이면에 있던 장사상륙작전을 숙연한 마음으로 스크린에 옮겼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되었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영화다. 6.25 전쟁이 시작된 후 낙동강 전선까지 밀려난 국군은 위태로운 전쟁의 판도를 뒤집고자 인천상륙작전을 계획한다. 장사상륙작전은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으로 실행됐으며 장사리 해변에서 북한군의 이목을 돌려 후방을 교란하기 위해 학도병들이 투입됐다. 

“곽경택 감독님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전쟁 영화는 사명감을 갖고 하지만 몸이 힘들고 촬영하다보면 무작정 대기하는 시간도 많아요. 콘티가 있지만 변경되는 경우도 생기고. 상륙하는 장면에서는 몸이 다 젖은 채로 대기하고 다시 감정을 잡아야 했어요. 전쟁영화는 지칠 수 있는 요건을 다 갖추고 있는데 감독님이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배려해줘서 즐겁게 찍었어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에서 김명민은 출중한 리더십으로 학도병으로 구성된 유격대를 이끄는 이명준 대위를 연기했다. 고된 촬영이 이어지는 전쟁영화에 캐릭터의 비중도 비교적 크지 않아 고민했던 김명민은 곽경택 감독을 만나 이명준 대위 캐릭터의 실제 모델인 이명흠 대위의 이야기를 듣고 확신을 갖게 됐다.

“이 영화의 주연은 학도병이에요. 그걸 정확히 인지하고 들어갔죠. 처음에는 망설였는데 곽경택 감독님이 각색하시고 실존 인물인 이명흠 대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하겠다고 했죠. 처음에 각색을 거치기 전에 이명준 대위 분량은 더 적었어요. 학도병이 주를 이루지만 이명흠 대위라는 분이 실제로 존재했고 리더로서 분명한 역할이 있었다고 감독님이 이야기해주셨어요. 실제 유가족을 만난 이야기도 다 들려주셨고요. 그러면서 이명준 대위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참고할 역사자료가 없어서 굉장히 애를 먹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작전이 묻혔을까 싶은 마음에 배우로서 오기가 생겼죠. 이 작품을 통해 장사상륙작전을 알리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참전용사 인터뷰를 보면 그 당시 그렇게 어린 나이에 참전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어요. 오래된 역사가 아닌 지금도 같이 숨 쉬고 있는 영웅이라는 점이 신기했어요. 그분들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죄스럽게 생각하고 있어서 이번에 영화를 통해 알려진다는 것이 기쁘고 죄를 씻는 기분이라고 말씀해주셔서 무게감도 느껴졌어요. 저뿐만 아니라 모두가 그런 기분으로 임했어요.”

한국 영화에서 전쟁영화를 소모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유쾌하게 뒤틀거나 영웅을 앞세워 애국을 외치거나.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역시 영웅을 앞세워 반공의 메시지나 소위 ‘국뽕’이라고 하는 과한 설정들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공개된 영화는 이와는 정반대의 길을 택했다.

“감독님이 처음부터 주장하신게 이 영화는 잊힌 영웅들을 그린 작품이에요. 반공이니 국뽕이니 하는 것들이 아니라 그냥 사실 그대로 이야기했어요. 있는 그대로를 진정성 있게 보여주려고 했어요. 저희 영화의 가장 큰 무기는 진정성에 있다고 봐요. 다른 전쟁영화와 완전히 차별화된 부분은 화려한 촬영 기교가 없고 특정 히어로를 내새워 눈물을 자극하는 게 없다는 점이에요. 그런 부분을 모조리 빼낸 영화죠. 그런 담백함이 다른 영화와 차별점이에요.” 

영화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 촬영했다. 김명민은 추위를 견디며 촬영에 임한 수많은 학도병 역할의 어린 보조출연자의 모습을 보며 실제 전투에 임했던 학도병의 모습이 떠올랐다. 추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촬영하는 모습, 힘든 와중에 해맑게 웃는 모습 등 이명준 대위로 감정 이입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현장에 있었다. 

“772명 모두가 주인공인 영화잖아요. 학도병 보조출연을 자원해서 온 학생들은 정말 앳된 친구들이었어요. 20대 초반, 스무 살을 갓 넘은 애들이 와서 고생하는데 너무 애잔했어요. 다른 현장도 많은데 하필 이런 곳에 와서 고생하나 싶기도 하고 제 자식 생각도 나서 감정 이입이 됐어요. 바다에서 헤엄치고 비바람 몰아치는 가운데 연기하고, 상처가 나도 계속 촬영하는 모습을 보는데 가슴이 짠하더라고요. 그리고 실제 전쟁에 나간 학도병은 저희처럼 컷 하면 쉬는 게 아니라 계속 목숨 걸고 싸우잖아요. 컷 없는 전쟁이라는 걸 어떻게 견뎠을까 생각하면 너무 숙연해지는 거죠. 촬영하면서 주변에 모든 것들이 이명준 대위로 연기하는데 있어 영감을 줬어요.”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배우 김명민/사진=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본인 역시 고된 촬영이었지만 김명민은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을 언급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학도병 역할을 한 어린 후배들의 태도를 높이 평가한 김명민은 그들이 작품과 캐릭터를 대했던 진정성이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라 확신했다.

“정말 열심히 하더라고요. 성철이는 사투리 대사를 끊임없이 연습했어요. 감독님이 사투리를 녹음해서 줬는데 그걸 듣고 다니면서 연습을 반복했죠. 남들 앞에서 연습하고 뒤에서는 안하는 사람도 있는데 뒤에서도 쉬지 않고 계속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쟤는 되겠다’ 싶었어요. 영화의 흥행을 떠나서 김성철이라는 배우의 노력이 보일 테고, 학도병의 진정성이 김성철을 통해 관객에게 전달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안심이 됐어요. 민호도 정말 열심히 해요. 항상 일찍 와요. 콘티가 바뀌는 경우가 생기는데 10시간 동안 대기하고 한 신도 못 찍고 갈 때도 있었어요. 그런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주연이라고 해서 다들 피곤한데 혼자 늦게 오면 안 되는 거죠. 최민호는 정말 자세가 좋고 그래서 진정성 있는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속일 수 없는 것 같아요. 스태프를 속일 수 없고 감독을 속일 수 없고 결국 관객을 속일 수 없는 거죠.”

김명민은 영화의 개봉에 앞서 지난 6일 경북 영덕에서 열린 전승기념식에 참석했다. 그곳에서 김명민은 참전용사들의 편지 낭독을 들으며 눈물을 삼켰다. 전우를 먼저 떠나보낸 참전 용사들은 장사상륙작전과 학도병을 알리는 영화가 나온 것을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했고 김명민에게도 남다른 의미를 지닌 영화가 됐다.

“이번 작품이 저에게 주는 의미는 배우로서 할 수 있는 옳은 일이라 생각해요. 어려서부터 좋아서 선택했고 잘 할 수 있어서 택한 직업인데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잖아요. 이번 작품으로 사람들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희망을 얻는다면 돈을 잘 벌거나 입신양면 하는 것과는 비교될 수 없는 배우로서 보람과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조금씩 나이를 먹으면서 받은 것을 돌려드리는 것을 많이 생각해요.” 

[뉴스인사이드 정찬혁 기자 hyuck2@newsinside.kr]